yunta (59)in #krsuccess • yesterday걸음걸이 때문이었어요걸음걸이 때문이었어요. 저 멀리서도, 양산을 받쳐 든 실루엣이 엄지손가락만 할 때라도 당신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어요. 골반을 살짝 튕기며 물속을 유영하듯 천천히 하늘하늘 걷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yunta (59)in #krsuccess • 2 days ago너는 이제너는 글을 쓰고 있다. 자신의 연주에 깊게 몰입한 피아니스트가 다른 세상에 도달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삐져나오는, 너는 바로 그런 표정으로 글을 쓰고 있다. 아름다운 문장들이 퐁퐁 솟아 나오는 감각에 도취된 너의…yunta (59)in #krsuccess • 5 days ago위장복을 입은저 멀리 앞쪽에 보이는 보도블록 무늬가 뭔가 좀 이상했다. 흰색, 회색, 어두운 회색, 세 가지 명도 단계로 나뉜 기다란 직사각형 블록들이 깔끔하게 조합된 길바닥이었는데, 한쪽 끝 부분의 기하학적 패턴이 고양이…yunta (59)in #krsuccess • 6 days ago영락없는한낮의 지하철 안은 한산했다. 사람들이 드문드문 서 있었고 간혹 빈자리가 나기도 했다. 건너편에 앉아 있는 승객 여섯 명 모두 똑같은 자세로 휴대폰을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있었다. 다들 뭘 저렇게 열심히 보고…yunta (59)in #krsuccess • 7 days ago영화관에서아주 오랜만에 영화관에 갔다. 근 3년 만이었다. ‘헤이트풀 8’을 마지막으로 웬만하면 극장에 가지 않는다. 아니, ‘가지 못한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날 바로 옆자리에 앉은 관객이 초반에는 연신 탄성을…yunta (59)in #krsuccess • 9 days ago세상의 주인이 세상의 ‘주인’ 같은 것이 있다면, 그건 분명 인간이 아니라 먼지일 거야. 수인은 진공청소기를 비우고 필터를 욕실 바닥에 탁탁 털었다. 오늘따라 먼지 색이 하얗다. 아마도 어제와 그저께 한 번도 창문을 열지…yunta (59)in #krsuccess • 10 days ago행운오늘도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왔다. 그런데 오늘은 아주 살짝 뭔가 좀 달랐던 것 같다. 뭐였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 하루 종일 길바닥에 침을 뱉는 사피엔스와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어야지.yunta (59)in #krsuccess • 11 days ago그날의 와인글쎄, 와인을 본격적으로 진지하게 마시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 한 5~6년 전?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멜랑콜리아’ 덕분이었어. 지구를 산산조각 내는 무시무시한 행성이 근접하는데 아직 그 위험을…yunta (59)in #krsuccess • 12 days ago소리는 끔찍하게 직각적이어서 때로는 의식과 무의식 모두를 선명하게 드러내.그녀가 먼저 욕실에 들어갔다. 나는 모텔 침대에 걸터앉아 리모컨을 누르며 무감하게 TV 화면을 넘기고 또 넘겼다. 샤워기 물소리 사이를 비집고 “카악~”하는 가래 뱉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yunta (59)in #krsuccess • 14 days ago지구별지구는 별이 아니지만. ‘지구별’이라고 부르는 그 사람을 좋아한다. 지구별이 지구보다 훨씬 더 … 게 느껴진다. 지구를 지구별로 부르는 그 사람 덕분에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버틴다’는…yunta (59)in #krsuccess • 16 days ago존재했던 거였다.슬픈 꿈을 꾸었다. 너무나 슬펐다. 이렇게 슬픈 건 처음이었다. 이토록 거대한 슬픔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었다니, 이런 무지막지한 슬픔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도…yunta (59)in #krsuccess • 20 days ago해석 노동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기를. 그냥 집에만 있었어야 했는데. 어쩔 수 없어. 먹고살아야 하니까. 아예 처음부터 누군가 내게 말을 걸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해. 우측보행으로 길에 바짝 붙어 걷고. 지하철에서는…yunta (59)in #krsuccess • 23 days ago'그날'보일러 조절기에 표시된 집 안 온도가 32도였다. 보통 에어컨으로 실내 온도를 1도만 낮춰도 시원해지니, 이번에도 딱 1도 낮은 31도로 목표 온도를 맞추려 했다. 그런데 리모컨 버튼을 계속 눌러도 30도에서…yunta (59)in #krsuccess • last month절대로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를 서쪽에서 뜨게 할 수는 없는 것처럼, 아무리 애쓰고 발버둥 치고 노력해도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수인의 거듭된 항의 - 두 번의 쪽지, 세 번의…yunta (59)in #krsuccess • last month내 생각이긴 하지만구름이 잔뜩 껴 침침한 아침, 도시의 빽빽한 건물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작은 공원 입구에 젊은 남녀가 아무 말 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나란히 앉아 있었다. 여자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바닥에 시선을 고정하고…yunta (59)in #krsuccess • last month불편한 재미가여운 것들 Poor Things. 2024. 요르고스 란티모스. 교수와 학생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자네 논문 말이야” “마음에 드셨습니까?” “비범해 보이려 애쓰는 평범한 두뇌의 발악…yunta (59)in #krsuccess • last month한 영화에서.주인공 남자는 자주 찾는 서점에서 일하는 여자와 친해진다. 둘 다 책을 좋아한다. 아니, 그냥 좋아한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책 중독에 가깝다. 어느 날 서점이 문 닫을 시간, 둘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여자는…yunta (59)in #krsuccess • 2 months ago나도 이제 늙었구나. 11.세수를 마치고 거울 속의 나를 들여다보았다. 코털 하나가 길게 삐져나온 것이 거슬려 손톱으로 뽑았다. 코털이 플라스틱 칫솔모처럼 굵고 빳빳하다. 예전에는, 그러니까 젊었을 때는 코털이 부드러웠고 이렇게 굵지도…yunta (59)in #krsuccess • 2 months ago囚人집 근처 공원의 보행로를 걷고 있었다. 러닝하는 사람들이 진한 땀 냄새를 풍기며 내 왼편을 바짝 스쳐 지나간다. 요즘 유행한다는 러닝 크루인 모양이다. 이 길에서 혼자 달리는 사람들은 몇 번 본 적 있지만…yunta (59)in #krsuccess • 2 months ago악몽잠결에 어렴풋이 들리는 작고 희미한 음악 소리가 점점 더 부풀어 오르면서 수인의 뇌신경을 쿡쿡 쑤시며 파고들었다. 거슬려. 갑갑해. 수인은 본능대로 그 피아노 선율과 함께 드럼 연주를 시도했지만, 박자를 요리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