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걸이 때문이었어요

in #krsuccess3 days ago (edited)

걸음걸이 때문이었어요. 저 멀리서도, 양산을 받쳐 든 실루엣이 엄지손가락만 할 때라도 당신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어요. 골반을 살짝 튕기며 물속을 유영하듯 천천히 하늘하늘 걷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길바닥이 부서져라 쿵쾅거리거나, 의뭉스럽게 터벅거리거나, 바쁘다 바빠를 연발하며 급하게 걷는 흰토끼처럼 주변을 불안하게 만들거나, 길거리가 온통 제 것인 양 양팔을 경망스럽게 휘적거리며 앞사람이 오든 말든 비키지도 않고 보행로 공간을 점거하며 걷는 못된 걸음걸이가 아니라, 점잖으면서도 살짝 교태가 비치는 살랑이는 걸음걸이 때문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