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화장 종로3가로 간 그녀들…‘박카스 할머니’의 삶
국내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OECD 평균의 2.7배에 달한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 노인의 삶은 더 곤궁하다. 여성 노인들은 오랜 시간 ‘가족 돌봄’에 헌신하길 요구받았고 집 밖에서의 경력을 내려놔야 했다. 그들에게 존재감을 옅게 만들었고 경제적 자립을 어렵게 했다.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1번 출구를 나오니 도보 50~70m 구간에 간격을 두고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고령 여성들이 보였다. 그들은 지나가는 남성들을 빤히 바라봤다. 머리에 눌러쓴 모자나, 양산 아래로는 짙게 화장한 얼굴이 드러났다. 이른바 ‘박카스 할머니’로 불리는 이들이다.
주로 서울 종로 일대에서 고령층 남성을 대상으로 성을 파는 중노년층 여성들을 일컫는다. 1970년대 사직공원 등지에서 노인들에게 박카스 같은 음료를 건네며 접근한 것에서 유래됐다. 이들에게 다가가 무엇을 하는지 묻자 약속한 듯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22일부터 이틀간 취재진이 만난 박카스 할머니는 10여 명. 취재에 응한 A씨는 매일 같이 종로에 온다며 다른 이들도 이곳에서 오랫동안 같은 일을 했다고 했다. 자신이 하는 일을 두고는 “영감들을 상대하는 일”이라고 표현하면서 “서울, 파주, 수원 여기저기서 온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것”이라고 했다.
한 차례 만남의 최소 금액은 5만원. 하지만 최근에는 3만원, 2만원을 제시하는 남성도 있다. 손님이 줄자 시세를 내린 여성들이 나오면서다. 모텔 대실료 1만원을 빼면 손에 남는 돈은 1만~2만원 남짓이라고 한다. 인근 귀금속 상점 상인들은 ‘불법 성매매가 이뤄진다’며 주기적으로 민원을 넣는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 확인을 하고 그 과정에서 불법이 확인되면 조치를 한다”고 했다.
처음부터 이 일을 했던 것은 아니라며 입을 열었다. 최종 학력은 중졸. 25살에 결혼한 그녀는 도박과 경마에 빠졌던 남편과 4년 만에 이혼했다. 이후에도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혼자 생계를 꾸려왔다. 공장, 보신탕집, 빵 판매, 과일·채소 장사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하던 일은 여관 청소다.
하지만 2024년 큰 교통사고 후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다. 한 달가량 병원에 입원했고 이후에도 재활치료를 받았다. 오른쪽 팔에는 살을 꿰맨 자리를 따라 붉은 흉터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가 선택한 ‘일터’는 종로3가였다. 여기서는 하루 단위로 돈을 번다. 한 달 수입을 묻자 “60만원도 안 돼. 지금 불경기니까” 허탕을 치는 날도 있다.
가장 큰 수입은 기초생활수급자로 받는 80여만원의 돈이다. “공식적인 일을 하면 기초생활 수급비가 끊길 수가 있어서 음성적인 일을 찾은 것이냐”는 질문에 “여기 있는 사람들 다 기초생활 수급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간 제대로 된 직장 생활도 하지 못한 탓에 국민연금 가입 기간도 1~2년에 그친다. 저축은 없다. 청량리에서 살고 있는 집의 전세보증금이 사실상 가진 재산의 전부다.
종로3가에서 벌어들인 수입과 수급비를 합친 돈은 약 140만원. 월수입 대부분은 70대 노모에게 쓴다. 홀로 사는 어머니에게 매달 60만원가량의 용돈을 보낸다. 눈이 좋지 않은 어머니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서다. 교통비 6만2000원을 뺀 돈은 생활비로 쓴다. 몸이 너무 아파 몇 년 하고 그만두려고 한다. 나이 먹으니까 힘들다고 토로했다.
다음 날 다시 찾은 종로3가 거리에서 춘희씨는 전날과 똑같은 차림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장과 식당, 노점 등을 전전하며 그때그때 손에 잡히는 일을 구했다. 하지만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안정적인 일을 하진 못했다. 노동시장을 떠난 뒤 기존 경력을 살리지 못한 채 저임금·단시간 일자리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에 가입할 기회도 없었다. 빈곤은 어느 한 시점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폐지를 줍는 노인이나, 종로의 거리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노인들 모두 이 굴레에 갇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고령 여성의 빈곤을 단순히 현재의 일자리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생애 전반의 노동시장 경험과 노후 소득 보장 체계를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령 여성의 일은 가난에서 벗어나기보다 가난 속에서 버티는 방법이다.
본문 이미지: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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